<르포> KEITI 산하 환경산업연구단지 가보니…
18만㎡ 부지에 각종 연구시설 구축
국내 환경기업 융ㆍ복합 기술 총집합
노후관 세척ㆍ누수발취 공법 돋보여
작년 117개사 매출 7392억원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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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산업연구단지 본부동 내 위치한 ㈜팬에코 사무실에는 친환경 생분해성 수지로 제작된 다양한 일회용 용품들이 전시돼 있었다. /사진=이계풍 기자 |
[e대한경제=이계풍 기자] # 편의점 CU에서는 이달부터 일부 매장에서 ‘친환경’ 비닐봉지를 제공하고 있다. 외관상 기존 합성수지 비닐봉지와 큰 차이가 없지만, 친환경 비닐봉지엔 놀라운 비밀이 숨어 있다. 200년이 지나도 분해되지 않는 합성수지 비닐봉지와 달리, 햇빛과 물, 이산화탄소에 7개월 이상 노출되면 스스로 가수분해를 일으켜 완전히 소멸한다. 친환경 비닐봉지는 올해 전국의 CU 매장을 시작으로 탑텐(TOPTEN10)ㆍ코오롱 등 국내 의류 매장으로 확대 공급될 예정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로 환경기술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바야흐로 언택트 시대로 접어듦에 따라 e커머스를 통한 산업ㆍ생활 폐기물이 급속도로 증가했고, 이를 처리하는 기술이 지상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각국 정부는 환경기술 개발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국내에서는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KEITIㆍ원장 유제철)이 환경산업연구단지 운영을 통해 환경기업을 지원ㆍ육성하는 등 환경기술의 개발 및 향상을 꾀하고 있다.
지난 9일 인천 서구 오류동 소재 환경산업연구단지 본부동 내 ㈜팬에코 사무실에 들어서자 CUㆍ유니클로 등 친숙한 브랜드의 비닐봉지를 비롯해 일회용 빨대ㆍ숟가락ㆍ컵ㆍ그릇 등 다양한 친환경 제품이 수북했다. 환경산업기술원이 지원 중인 팬에코는 자연분해되는 친환경 생분해성 수지인 PBATㆍPLAㆍPBS 등을 용도에 맞게 배합하는 기술(특허 제10-2205865호)을 보유한 환경 벤처기업이다. 이 기술을 활용해 친환경 제품을 직접 제작ㆍ납품하거나 필요한 곳에 솔루션을 제공한다.
송인철 팬에코 대표는 “코로나19 여파로 합성수지 비닐봉지 사용에 대한 정부 규제가 확대되면서 미생물에 의해 물ㆍ이산화탄소ㆍ유기물질로 분해되는 생분해성 비닐봉지의 활용이 확대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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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재질의 폐플라스틱이 압출기를 통해 펠릿으로 재가공되는 모습. /사진=이계풍 기자 |
폐플라스틱을 재가공해 고품질 재생원료로 탈바꿈시키는 기업도 있었다. 지난해 파일럿테스트동에 입주한 자연순환 전문기업 ㈜씨케이유는 각기 다른 성분으로 제작된 생활계 폐비닐에 자체 개발한 충전제를 첨가함으로써 고품질의 플라스틱 펠릿(pellet)을 생산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서 생산된 펠릿은 월 200∼300t의 팔렛트를 제작하는 데 활용된다.
고승호 씨케이유 대표는 “별도의 선별ㆍ분류 작업 없이 폐플라스틱에 충전제만 첨가하면 되기 때문에 손쉽게 펠릿을 만들 수 있다”면서, “재가공된 펠릿은 현재 팔렛트 제작에만 활용되고 있지만, 앞으로 플라스틱 파이프 등 다양한 제품을 활용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건설과 연계한 환경기술도 눈길을 끌었다. ㈜케이엠에스가 개발한 ‘세척정화 처리가 가능한 노후관 세척 및 누수발취 공법’이 그것이다.
이 공법은 공압기기에서 방출되는 압출공기를 관 내부로 투입한 뒤 유량을 이용한 강력한 압출공기 회전력으로 이물질을 박리시키는 기술이다. PE관ㆍPVC관ㆍ주철관 등에 주로 적용되며, 직경 25∼500㎜의 송수관ㆍ배수관ㆍ급수관의 세척에도 활용된다.
환경산업연구단지 전경. /사진=한국환경산업기술원 |
2017년 7월 개소한 환경산업연구단지는 국내 환경기술의 ‘메카’로 통한다. 약 18만㎡의 부지에 △연구지원동 △파일럿테스트동 △시제품 생산지원동 △실증실험부지 등 각종 시설을 구축하고, 환경기업들의 창업부터 기술개발, 실증연구, 사업화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면서 국내 녹색산업 혁신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입주기업 117개사(일반기업 87개사, 벤처ㆍ스타트업 31개사), 매출 7392억원, 투자유치 209억원, 지식재산권 출원 34건 등의 성과를 일궈냈다. 2032년까지 약 3조93300억원의 직ㆍ간접 경제적 효과, 약 9388명의 환경일자리 창출을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동욱 환경산업연구단지 단장은 “최근 산업계 전반에 환경과 융ㆍ복합된 기술 및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면서, “연구단지는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환경기업들의 기술 개발 및 제품 상용화에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여타 기업과 연계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올해는 탄소중립 추진계획에 따라 환경산업연구단지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할 수 있는 ‘넷제로(Net-Zero)’ 전환에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인천=이계풍기자 kp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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